음식에 관한 나라별 징크스
시험을 앞두고 미역국을 피하는 우리나라의 음식 징크스처럼 해외에서도 이와 같은 음식에 관한 징크스가 있는 경우가 많다.
빵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 이런 프랑스에서 빵을 뒤집어 놓는 것은 큰 불운의 징조로 여긴다.
특히 바게트를 뒤집어서 식탁에 올리거나 보관하는 행위는 죽음이나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고 믿을 정도.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도 이에 관해 언급했던 적이 있다.
이 징크스는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다.
당시 사형 집행인은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대우를 받았는데, 빵집에서는 그를 위해 빵을 뒤집어 놓아 다른 손님들과 구분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뒤집힌 빵은 사형 집행인, 나아가 죽음과 연결되면서 불길한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데 설이 유력하다.
튀르키예에는 해가 진 후에 껌을 씹으면 안 된다는 다소 섬뜩한 징크스가 있다. 밤에 씹는 껌은 죽은 사람의 살점을 씹는 것과 같다고 믿기 때문.
이러한 믿음의 정확한 유래는 불분명하지만, 어두운 밤에 무언가를 씹는 행위가 음산하고 불길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당연히 공식적인 법적 금지나 종교적 금기는 아니다.
어찌 됐든 튀르키예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밤에는 껌 대신 다른 간식을 찾는 것이 좋겠다.
스페인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는 자정, 시계탑의 종이 12번 울리는 동안 포도알 12개를 모두 먹으면 새해에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각 포도알은 다가올 해의 12달을 상징하며, 종소리에 맞춰 포도를 삼키는 데 성공하면 일 년 내내 행운과 번영이 깃든다고 여기는 것.
이 풍습은 19세기 말, 포도 농사가 풍년을 이루자 남은 포도를 팔기 위해 상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상업적인 이유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스페인의 가장 대표적인 새해맞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음식 중 하나가 국수다. 다만 이때 중국인들은 국수를 절대 가위로 자르거나 이로 끊어 먹지 않는다. 긴 국수 가락이 장수를 상징한다고 믿기 때문.
만약 국수를 중간에 끊으면 자신의 수명도 짧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면 요리를 먹을 때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후루룩 소리를 내며 한 번에 길게 먹는 것이 복을 비는 행위로 여겨진다.
그리고 생선을 뒤집어서 먹지 않는다. 선이 '배(船)'를 상징한다고 여기기 때문인데 식탁에서 생선을 뒤집는 행위(翻鱼, fān yú)가 마치 '배가 뒤집히는 것(翻船, fān chuán)'을 연상시켜, 어부들에게는 사고를,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이 뒤집어진다' 즉, 실패나 불운을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과일 배(梨)를 나눠 먹지 않는 풍습도 있다. '배를 나눈다'는 의미의 '分梨(fēn lí)'가 '헤어지다, 이별하다'는 뜻의 '分离(fēnlí)'와 발음이 똑같다는 이유다.
따라서 연인이나 부부, 친구, 가족 사이에서 배를 나눠 먹는 것은 '우리의 관계가 곧 깨질 것이다', '곧 헤어지게 될 것이다'라는 불길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배를 함께 나눠 먹는 상황을 피하곤 한다고.
물론 이런 것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고 미신으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단순한 습관을 넘어 오랜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이러한 음식 징크스들은 때로는 행운을 기원하고 때로는 불운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있다는데 나름의 의미도 마냥 무시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