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정보/사회

집단면역[herd immunity]

협력자 2016. 8. 31. 14:19



  1998년 미국 과학잡지사이언티픽 아메리칸(5월호)’에 사설이 한편 실렸다. 미국의 홍역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자녀의 접종을 망설이는 부모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홍역이 창궐하지 않으려면 백신접종률이 92~94%가 되어야 하는데 당시 미국의 평균은 91%, 콜로라도주나 오하이오 주의 경우 86%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신에 대한 불신의 역사가 짧은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만연해 있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특히 홍역백신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대표적인 예로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할 만큼 파장이 컸다.


  위에서 이야기한 사설이 나오기 3개월 전 영국 의학지 란셋(Lancet)에 앤드루 웨이크필드 박사가 짧은 논문을 하나 발표했다. 행동 장애가 있는 아이 아이 열두 명 가운데 여덟 명이 MMR(홍역 measles, 볼거리 mumps, 풍진 rubella) 백신을 맞고 며칠 뒤부터 증세가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논문은 각종 언론을 통해 전파됐고, 자극적인 내용들로 포장되어 백신접종 반대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영국의 홍역백신 접종률은 2008 72%까지 급감했고, 학력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은 6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편 그 시기에 홍역이 다시 돌면서(2006 740, 2007 971)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도 병행됐다.



  하지만 이후 선데이타임스기자 브라이언 디리의 추적 끝에 논문에 문제가 있었고, MMR백신과 자폐증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논문은 철회되었고 웨이크필드 박사는 의사면허가 박탈됐다.


  홍역의 경우 백신을 안 맞아도 홍역에 안 걸릴 수 있고, 걸리더라도 사망률이 0.2%에 불과하다며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홍역에 걸려서 회복되더라도 면역계가 손상된 상태에서 다른 전염성 질병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보자면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했기에 나까지 할 필요는 없다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너무나 이기적인 생각이다. 백신의 효능이 100%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에 접종을 받더라도 감염가능성이 남아있다. 한편에선 백신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면역체계의 부재로 접종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결국 집단 면역에 의지해야 하는데,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나와 다른 이들을 위험에 노출 시킬 수 밖에 없게 된다.


  예방접종은 집단방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 접종으로 인한 비용을 회피하면서집단 면역의 혜택을 취하려는 것은 면역공백(pocket of immunity)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집단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질병의 유행과 만연방지를 위해서 개개인이 집단면역의 의의를 충분히 이해하고 동참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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