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Wegovy)와 젭바운드(Zepbound) 같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이제 단순한 제약업계 이슈를 넘어 소비재 산업 전체가 주목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미국 유통·식품업계에서는 “사람들이 덜 먹기 시작하면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현실적인 고민이 되고 있다.
실제로 월마트의 존 퍼너(John Furner) CEO는 2023년 실적 관련 인터뷰에서 GLP-1 복용 고객들에게서 “전체 장바구니 크기 감소와 칼로리 낮은 제품 선호” 경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CNBC와 블룸버그(Bloomberg)의 보도는 이를 식품업계 전반이 주목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물론 아직 GLP-1이 탄산음료나 스낵 소비를 붕괴시키는 수준은 아니다. 약가와 공급 부족, 부작용, 복용 지속성 같은 현실적 변수도 여전히 크다. 다만 월가와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이미 “소비량 감소 가능성” 자체를 중장기 리스크로 보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분석 관련 보도 역시 GLP-1 확산이 향후 식음료 소비 패턴과 외식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건 이런 변화 속에서 세계 최대 식음료 라이벌인 코카콜라(The Coca-Cola Company)와 펩시코(PepsiCo)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카콜라, “무엇을 마시게 할 것인가”의 변화
코카콜라는 여전히 탄산음료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투자 흐름을 보면 회사가 단순 탄산 중심 구조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중심에 있는 브랜드가 바로 페어라이프(Fairlife)다. 페어라이프는 고단백·저당 유제품 브랜드로, 미국 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설비와 공급망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제품 확장이 아니라 “기능성 음료 시장 강화” 전략에 가깝다. 실제로 코카콜라는 최근 투자자 설명자료에서도 단백질 음료, 기능성 음료, 프리미엄 유제품 같은 카테고리를 핵심 성장 영역으로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중요한 건 코카콜라가 탄산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제로 슈거, 스포츠음료, 기능성 음료, 고단백 제품 등으로 음료 포트폴리오를 더 세분화하며 “덜 죄책감 드는 소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즉, 코카콜라의 전략은 다음과 같은 가정에 가깝다.
“사람들이 덜 먹더라도, 더 건강하고 기능적인 음료는 계속 마실 것이다.”

펩시코, 이미 오래전부터 ‘콜라 회사’가 아니었다
반면 펩시코는 애초부터 구조가 다르다. 많은 소비자가 펩시코를 콜라 회사로 생각하지만, 실제 실적 구조를 보면 펩시코는 이미 거대한 종합 식품기업에 가깝다. 레이즈(Lay's), 도리토스(Doritos), 치토스(Cheetos), 퀘이커(Quaker) 같은 브랜드들이 회사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이 구조는 GLP-1 시대에 장점이자 동시에 위험 요소가 된다.
▲ 장점: 특정 음료 카테고리의 둔화가 기업 전체 실적을 즉각 흔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펩시코는 최근 단백질 스낵, 저염 제품, 성분 단순화(Clean Label), 소용량 제품 등 건강지향 포트폴리오 확대를 계속 진행 중이다.
▲ 약점: GLP-1의 직접적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을 가능성이 있는 분야 중 하나 역시 고칼로리 스낵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투자업계에서는 “비만 치료제 확산이 초가공 스낵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결국 펩시코의 핵심 경쟁력은 스낵 자체의 안전성이라기보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한 충격 흡수 능력에 더 가깝다.
중요한 건 “덜 먹는 시대”에 대한 대비다
현재 단계에서 GLP-1의 영향력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전 세계 인구 대부분이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는 시대가 단기간에 오지도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글로벌 식음료 기업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 식품업계의 위협은 설탕세, 저당 트렌드, 제로 음료 같은 “성분 변화”에 가까웠다. 하지만 GLP-1은 훨씬 근본적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먹는 양 자체를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식품기업들의 공통 화두는 고단백, 기능성, 포만감, 프리미엄 영양, 건강 간식 같은 키워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많은 칼로리를 파느냐”보다, “누가 변화한 식습관 안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할 제품군을 확보하느냐”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에서 코카콜라는 “음료 안의 진화”를 택했고, 펩시코는 “다변화된 구조를 통한 방어”를 선택하고 있다. 같은 위기를 마주하고 있지만, 출발점이 다르기에 전략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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