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경영

포스트 팀 쿡 시대: 존 터너스의 애플은 어떤 항로를 택할 것인가

애플의 '설계 거장' 존 터너스(John Ternus)가 팀 쿡의 뒤를 잇는 새로운 수장으로 등판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영혼을 만들고, 팀 쿡이 그 영혼을 거대한 제국으로 확장했다면, 존 터너스에게 주어진 숙제는 명확하다. 바로 'AI라는 새로운 우주'에서 애플의 하드웨어 철학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보여줄 애플의 미래를 5가지 핵심 경영 전략으로 추론해 보았다.

 

 

애플의 차기 CEO인 존 터너스는 누구인가? / www.theguardian.com

 

1. ‘하드웨어 우선주의’ 기반의 AI 온디바이스 생태계 강화

 

존 터너스는 2001년 입사 이래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핵심 기기들의 설계를 진두지휘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애플 제품의 본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통합"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그의 리더십 아래 애플은 클라우드 기반의 AI보다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시하는 애플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구글이나 오픈AI가 거대 언어 모델(LLM)의 크기에 집중할 때, 터너스는 AI 기능이 기기 내부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전용 칩셋(Apple Silicon)의 고도화에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크다.

 

 

 

2. ‘포스트 차이나’와 공급망 다변화의 가속화

 

포춘(Fortune)과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현지 매체들은 터너스가 팀 쿡의 가장 큰 업적인 '공급망 관리'를 어떻게 승계할지 주목하고 있다. 팀 쿡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면, 터너스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인도 및 동남아시아로의 생산 거점 다각화'를 조심스럽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터너스는 최근 중국 방문 당시 아이폰의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인도 내 아이폰 생산 비중을 높이는 전략적 유연함을 보여왔다. 그는 "애플의 혁신은 제조 공정의 혁신에서 시작된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이는 자동화된 생산 라인 도입을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제품 담당자' 존 터너스 아래에서 애플은 어떻게 변할까? / www.bbc.com

 

3. 실용주의적 엔지니어링 리더십: 비전 프로의 대중화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나 팀 쿡의 관리자적 면모와 달리, 터너스는 '제품 그 자체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적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BBC 보도에 따르면 그는 회의 도중에도 제품의 아주 작은 설계 결함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디테일에 강하다.

 

이러한 성향은 현재 애플의 새로운 도전인 '비전 프로(Vision Pro)'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터너스는 2024년 비전 프로 출시 당시 "우리는 아직 이 기술의 시작점에 서 있다"고 언급하며, 1세대 제품의 높은 가격과 무게를 극복할 '보급형 공간 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4. ‘수리권(Right to Repair)’ 확대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쇄신

 

존 터너스는 애플 내에서 수리 용이성 향상을 주도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과거 폐쇄적이었던 수리 정책에서 벗어나, 최근 애플이 '중고 정품 부품 수리'를 허용한 배경에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였던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디언(The Guardian) 등 외신은 터너스가 '지속 가능성과 소비자 신뢰'를 새로운 경영 가치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한다. 제품을 오래 쓰고 쉽게 고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환경 보호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함과 동시에, 저가 안드로이드 폰으로 이탈하려는 고객을 붙잡는 '브랜드 충성도' 전략의 일환이 될 수 있다.

 

 

 

5. 스티브 잡스의 유산 계승과 팀 쿡식 관리의 조화

 

존 터너스는 팀 쿡 체제하에서 성장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추구했던 '단순함과 미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인물이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잡스로부터는 타협하지 않는 품질을, 쿡으로부터는 시스템의 효율성을 배웠다"고 언급했다.

 

그의 애플은 잡스 시절의 '제품 혁신(Product Innovation)'과 쿡 시절의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fficiency)'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모습일 것이다. AI 시대라는 변곡점에서 애플이 자체 개발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극복하기 위해, 터너스는 직접적인 소프트웨어 개발보다는 AI 기능을 가장 직관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 플랫폼'으로서의 아이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새 CEO는 회사의 비밀 유지 전통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고, 월가도 이를 매우 좋아했다 / fortune.com

 

'가장 애플다운' 미래를 향한 행보

 

존 터너스는 애플의 황금기를 몸소 겪으며 그 유전자를 흡수한 내부 인물이다. 그의 지명은 애플이 외부의 급격한 변화에 휩쓸리기보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압도적인 하드웨어 기술력'을 통해 AI 시대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존 터너스가 이끄는 애플은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묵직한 제품의 완성도로 대답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설계한 '포스트 폰'의 시대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전 세계의 이목이 그의 손끝에서 나올 다음 기기에 쏠리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