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카페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었다. 낮은 회전율과 전기료 부담 등으로 인해 많은 개인 카페나 프랜차이즈들이 '노 스터디 존'을 선언할 수밖에 없던 상황.
이 와중에 업계 1위 스타벅스코리아의 행보는 유독 눈에 띈다. 오히려 공부나 업무에 최적화된 '포커스 존(Focus Zone)'을 확대하며 카공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스타벅스가 왜 시대의 흐름과 반대되는 선택을 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경영 전략과 위기 요인을 들여다보자.

'포커스 존'의 등장: 카공족을 위한 전용석
스타벅스는 최근 신규 매장을 중심으로 칸막이가 설치된 좌석이나 콘센트 배치가 강화된 '포커스 존'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과거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1인석 구조를 더욱 심화시킨 형태로, 카공족을 '피할 수 없는 존재'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고객'으로 재정의했음을 보여준다.
스타벅스가 이처럼 카공족에게 손을 내미는 표면적인 이유는 '미래 고객에 대한 긍정적 경험' 부여다. 현재 매장에서 공부하는 대학생이나 취준생들이 훗날 경제력을 갖춘 직장인이 되었을 때도 스타벅스를 제1의 선택지로 삼게 하겠다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 것이다.

흔들리는 '스타벅스다움'과 고령화되는 고객층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스타벅스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 브랜드 프리미엄의 하락: 한때 스타벅스는 로고가 새겨진 컵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우월감을 주는 브랜드였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커피'가 되면서 그 특유의 감성과 충성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 고객층의 고령화: 스타벅스를 '세련된 공간'으로 인식하던 초기 세대들이 나이가 들면서,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가 함께 올드해지고 있다. 젊은 층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기 좋은 개성 있는 개인 카페나, 압도적인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로 빠르게 이탈 중이다.
◆ 저가 커피의 거센 추격: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가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며 '커피 수혈'이 목적인 실속형 고객들을 흡수하고 있다. 스타벅스로서는 이들과 차별화되는 '공간 경험'의 가치를 다시금 강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형 스타벅스'의 독자 노선과 과제
현재 스타벅스코리아는 신세계그룹(이마트)이 67.5%, 싱가포르 투자청(GIC)이 3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본사의 직영 체제가 아닌 사실상의 '한국 기업'으로 운영되면서, 글로벌 스타벅스의 정책과는 궤를 달리하는 행보가 잦아지고 있다.
포커스 존 도입 역시 한국 특유의 '카공 문화'를 반영한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과연 기대하는 성공을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 회전율 하락의 딜레마: 포커스 존이 활성화될수록 회전율은 필연적으로 낮아진다. 저가 커피와의 가격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에서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객단가를 높여야 하는데, 장시간 좌석을 점유하는 고객의 증가는 수익성에 독이 될 수 있다.
◆ 공간의 정체성 혼란: '제3의 공간'을 표방하며 휴식과 대화의 장소를 제공하던 스타벅스가 '독서실'화 된다면, 대화를 나누러 온 일반 고객들이 불편을 느껴 이탈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포커스 존 확대는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한 절박한 시도로 읽힌다. 미래 고객을 선점하겠다는 명분은 화려하지만, 실상은 고령화되는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고 저가 커피의 공세 속에서 '공간의 유료화'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과연 스타벅스가 카공족을 품음으로써 '미래의 충성 고객'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잃고 수익성 악화라는 늪에 빠질 것인가. 이마트 체제 아래서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한 스타벅스코리아의 이 '실험'이 한국 카페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될지, 아니면 무리한 악수가 될지는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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