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경영

10원짜리 딜레마

카드와 각종 간편결제 시스템이 일상을 지배하면서, 우리 지갑 속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자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현금 없는 사회'로의 빠른 전환 속에서 국가의 가장 작은 화폐 단위인 10원짜리 동전은 우리에게 복잡한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배보다 배꼽이 큰 제조 원가의 아이러니

 

가장 큰 문제는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다. 현재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구리와 알루미늄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액면가의 두 배가 넘는 20원 이상을 훌쩍 넘긴 지 오래다.(일부에서는 40원이 넘는다는 계산도 나온다)

 

화폐로서의 실질적인 교환 가치보다는 돼지저금통에 방치되어 있거나 소액 모금 운동, 기부함 등에 쓰이는 정도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제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 페니(1센트)의 퇴장,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화폐의 딜레마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가장 작은 단위 동전인 페니(1센트) 역시 액면가(약 15원)보다 높은 생산 비용(1.69센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생산 중단 지시와 함께 23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퇴출 수순을 밟게 되었다.

 

미국의 주화 생산 중단으로 연간 약 5,600만 달러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는 소식은 현재 우리의 10원짜리가 직면한 상황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

 

 

결코 가볍지 않은 10원의 경제적 무게

 

그렇다면 당장 경제성이 떨어지는 10원짜리 동전을 폐지하는 것이 정답일까? 10원짜리 동전은 우리 경제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물가 안정의 방패막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민 물가 상승 억제: 10원 단위의 화폐가 사라질 경우, 시중의 상품 가격이나 세금 책정 기준이 50원이나 100원 단위로 반올림되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즉각적인 체감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된다.

 

-유통업계의 가격 경쟁 지지선: 대형 마트 등 유통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9,990원' 마케팅처럼 치열한 10원 단위 할인 경쟁 속에서, 거스름돈으로서 10원이 가지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10원짜리 동전 70만개를 사용한 작품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

 

만드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점차 사라져가는 화폐로서의 쓰임새, 반면 서민 물가를 방어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막중한 역할 사이에서 10원짜리 동전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당장 존폐를 결정지을 흑백논리식 정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의 페니 단종 사례에서 보듯, 우리 역시 경제적 효율성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10원 동전의 미래에 대해 본격적이고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반응형